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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회고] 우아한테크코스 레벨2 3주차 - 감도 높은 개발이라는 것도 존재할까

Less is more. 2026. 5. 18. 04:53

The key problem of the library is the problem of the human eye.
 
핀란드의 유명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가 도서관을 설계할 때 남긴 메모입니다. 책에 반사된 빛 때문에 눈이 부실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햇빛을 벽에 한 번 반사시켜서 누그러진 빛이 들어오도록 설계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한편 결핵 요양소를 설계할 때에는, 여러 도메인을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의사와 의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물었습니다. 병동을 남동향으로 배치했고, 먼지가 치명적인 환자들을 위해 조명과 바닥 모서리를 유선형으로 마감했습니다. 물이 튀지 않도록 세면대를 설계했고, 심지어는 의사 가운 소매가 문고리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 쓰며 손잡이를 디자인했습니다.
 
의자는 환자들이 숨을 쉬기 편하도록 등받이 각도를 뒤로 젖혔고, 열전도율이 높은 강철 대신 자작나무를 사용하였습니다. 고위도 지역 북유럽의 자작나무는 그나마 열전도율이 낮아 같은 온도에서도 따뜻하게 느껴지고, 특유의 탄성이 환자의 체중을 부드럽게 받아냅니다.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엔 바우하우스 같은 기능주의가 지배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건물은 효율적으로 지어져야 했고, 장식은 낭비였으며 구조가 곧 미학이었습니다. 반면, 알바 알토는 건물이 어떻게 서 있는지보다 그 안에 사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먼저 확인하였습니다.

결국 그는 인간 중심적인 건축가라고 불렸으며, 현재에는 핀란드의 화폐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인정받는 위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개발에서도 그런 감도가 있을까요.
 
관찰하는 습관과 질문하는 습관.
알바 알토는 건축을 하는 사람임에도 결핵 환자를 위해 의사들을 직접 만나고, 오래 관찰했기 때문에 문고리 하나에서 의사 가운 소매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소매가 어디에 걸리는지, 먼지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직접 듣고 보지 않았다면 그 설계는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개발자에게 그 관찰은 사용자를 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이 기능이 쓰이는지, 어디서 자주 막히는지, 사용자가 어떤 메시지를 읽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장성을 고려한다는 것도 결국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상황에서 쓸 수 있게 만드는 일이고, 작은 차이를 구분하는 것도 그런 질문에서 나옵니다. 아쉽게도 우아한테크코스 미션에서는 그 소비자를 직접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떠올려야 합니다.
 
코드 레벨의 감도.
소비자를 향한 감도가 서비스 설계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함수 이름 하나를 지어도 이걸 처음 보는 사람이 읽으면 어떻게 느낄까를 떠올리는 것, 에러 메시지를 쓸 때 이 메시지가 화면에 뜨는 순간 사용자가 어떤 상황일지를 떠올리는 것. 기술적으로 틀리지 않은 코드와 읽는 사람의 눈을 생각한 코드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코드는 읽는 순간 바로 읽는 자를 생각했는지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이번 페이먼츠 미션에서는 어떤 걸 떠올릴 수 있었을까요.
 
제가 step-2에서 그나마 떠올릴 수 있었던 건 세 가지였습니다. 피드백 메시지를 사용자의 실수와 실수가 아닌 것을 구분하여 미지원 카드 네트워크를 에러가 아닌 워닝으로 분리한 것, 접근성을 위해 aria-label을 붙인 것, 그리고 그 이름을 스크린 리더로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들리도록 고민한 것이었습니다.
 
시각 장애가 있는 사용자는 aria-label이 없으면 그냥 입력창, 입력창, 입력창, 입력창으로 들립니다. 그래서 카드 번호 첫 번째 칸, 카드 번호 두 번째 칸이라고 붙였고, 발음했을 때 자연스럽게 들리는지를 떠올리며 이름을 골랐습니다.
 
주말 동안 그렇게 미션을 제출하고는, 피드백을 기다리며 제 리뷰어에 대해 찾아보기도 하고, 당근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저의 리뷰어인 루트는 당근에서 일하는 8년 차 프론트엔드 개발자입니다. 어떻게 보면 차세대 당근을 이끌어나가실 리더이시죠. 개발을 잘하는 것보다 서비스를 잘 만들어 내는 것에 관심이 더 많답니다. 생각해 보니 당근은 2021년 언택트 시대에도 콘택트를 만들려던 회사입니다. 알바 알토가 기능주의 시대에 인간을 중심에 뒀던 것처럼, 당근은 지금같이 디지털이 지배하는 시대에 사람을 중심에 두려 합니다. 왠지 따로 글을 쓰고 싶어 질 만큼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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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y is the harmony of function and form.
아름다움은 기능과 형태의 조화라는 알바 알토의 명언입니다.
 
개발에서 function은 말 그대로 함수이고, form은 그것을 담는 구조와 설계입니다. 동작하는 것과 읽히는 것이 조화를 이룰 때, 그리고 그 안에 쓸 사람을 떠올렸을 때 좋은 코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감도 높은 설계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를 관찰하고, 질문을 멈추지 않고, 코드 한 줄에도 읽을 사람을 떠올리고, 그런 판단을 팀 안에서 나누는 것을 의식적으로 시도해야겠습니다.